1. 비 개인 오후에 커텐을 열면
2. 좋은 영화를 보고 난 뒤의 느낌
3. 압구정동
4. 비 오는 월요일 오후 7시
1. 희망과 기다림이 있는 방
2. 겨울, 아기 고양이의 웅크린 낮잠
3. 스스로의 외로움을 위하여
4. 오랫만에 느껴본 아침
빛이 반짝였다.
형체는 알아 볼 수 없었지만 아주 화려한 옷을 입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팔을 뻗어 잡으려 했다.
그러나 그것을 잡기엔 내 손이 너무 컸다.
아니 그 반짝임이 모습을 감추고 있는 곳이 너무 좁았다.
손가락을 꼼지락 거릴때마다 그 빛은 미끄러지듯 내 손에서 멀어지기만 했다.
식은 땀이 났다.
끝내 이 빛을 잡지 못했을때 그들이 보낼 조소와 비웃음이 내 등을 써늘하게 했다.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았다.
그는 지친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외면하고 싶었지만 그는 나의 눈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 빛은 스스로를 밝히지만 너를 빛내주진 않을거야, 네가 찾아야 할 것은 그 찬란함이 아니라 바로 나야.'
'.......'
나는 반짝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딱하다는듯이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잊은건 아니겠지?' 팔이 저려왔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팔은 마비되어 떨구어지고 눈은 피곤에 어둠을 찾았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이 들려왔다.
무슨 말을하는 듯 했지만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소리가 나는 곳을 찾기 위해 눈을 떴다.
떠지지 않았다.
눈을 뜨려고 한참동안 발버둥 쳤다.
떠야 했다.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봐야 했다.
눈이 떠졌다.
그러나 소리가 나는 곳을 볼 수는 없었다.
거울을 보았다.
'날 예전처럼 사랑하는 방법을 잊은건 아니겠지?'
예전처럼, 예전에도 빛은 반짝였다.
그러나 나는 빛 찾아, 소리 찾아 눈떠 헤메이지 않았었다.
예전부터 나는 그를 보아왔다.
하지만 저렇게 지쳐 슬픈 눈은 아니었다.
나는 그의 손에 내 손을 갖다 대었다.
차가왔다.
내 체온을 느끼는지 그는 지친 눈을 애써 접어 웃으려 했다.
눈을 감았다.
아까의 그 음악이 다시 들렸다.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내 귀는 눈 대신 그 소리를 보고 있었다.
음악은 점점 커지고 나는 그 음악이 어디서 들려왔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을 얘기하는 지도.
그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나는 무엇을 바라는지.....
듣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위하여.... (유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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