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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09-08-19

조회 : 623

멸치의 꿈이야기

황해 바다에 사는 멸치가 꿈을 꾸었다 자신의 몸이 하늘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흰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고 눈이 펑펑 쏟아지더니 갑자기 날씨가 더워졌다 시원해졌다 하면서 몸뚱이가 뜨거워졌다 추워졌다하는 꿈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하여 가자미에게 꿈풀이를 부탁하였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서해바다의 도사 망둥이를 천거한다 멸치는 가자미를 보내서 망둥이 도사를 초청해 오도록 한다 며칠 후 망둥이가 도착하자 식사대접을 하면서 꿈 해몽을 청한다 망둥이 도사 큰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생각하더니 무릎을 탁 친다 "참으로 좋은 길몽입니다 멸치 대감께선 뼈대있는 가문이 아니십니까?" "그렇지, 뼈대하면 우리 멸치가문이지 등골뼈가 44개, 볼기뼈가 46개 합이 90개가 있으니 어디 나보다 뼈대많은 작자있거든 나와 보라구 해." "예, 맞습니다. 바로 용꿈입니다 곧 용이되어 하늘에 오르실 것입니다 꿈에 하늘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은 용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용이 조화를 부리면 눈 비가오고 날씨가 추웠다 더웠다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멸치는 입이 찢어질 정도로 벌어져 망둥이에게 거듭거듭 술잔을 따르니 망둥이를 데려온 가자미는 아까부터 목이말라 이제나 저제나 술 한잔 얻어 마실까 하는데 저희들 끼리만 마시는 것이었다 이에 참다 못한 가자미는 고함을 지르며 말했다 "이 쓸개 빠진 멸치 대감아 그 말이 정말인 줄 아느냐? 내 해몽을 들어봐라 하늘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 것은 낚시바늘에 걸린 것이고 저녁반찬에 쓰려고 석쇠에 올려놓으니 연기와 김이 무럭무럭 날 것이며 짭짜름하게 간을 맞추려면 허연 소금을 뿌려야 하니 눈이 펑펑 쏟아질 건 당연한 것이 아니더냐 그리고 잘 익으라고 부채질을 하니 더웠다 추웠다 할 것은 더욱 뻔한 일이 아니냐, 이놈아." 그 말에 기겁을 한 멸치는 열받치어 소리지르다 눈알이 튀어 나왔고 망둥이는 헤엄칠 사이도 없이 펄떡펄떡 뛰어 도망가는데 지금도 그때 놀란 가슴으로 망둥이는 뛰고 있으며 가자미는 눈을 옆으로 꼬고 있다가 아직도 제자리에 안돌아가 눈이 옆에 붙어있다 한다 뒤에 멍하니 있던 메기는 망둥이의 발에 밟히어 머리가 납짝해졌으며 문어는 자기도 눈이 옆으로 돌아갈까봐 재빨리 눈을 떼어 엉덩이에 붙혔고 병어는 무슨 변을 당할지 몰라 입을 틀어막다가 주둥이가 그 모양새가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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