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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3-08-08 |
조회 :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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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조상들의 풍류
어떤 가난한 선비가 섣달 대목날 친구에게서 세찬으로 술 한 독과 안주를 받아
하인에게 지워서 남산골 자기 집으로 돌아가던 중 남산 기슭에 이르자
"자네, 무거운 걸 우리집 까지 지고 갈 것 뭐 있겠나 여기서 내가 마셔 버려야겠네."
하면서 지게에서 술독과 안주를 내려놓게 하고는
한 그루의 소나무와 마주 앉아서 자기가 한 잔 퍼서 마시고는
"소나무야, 자네도 한 잔 들게나." 하면서 술 한잔을 퍼서는 소나무 뿌리에 붓는다.
이렇게 권커니 잣커니 해가면서 거뜬히 술 한독을 비워 버리는 것이다
잠시 후 술독이 비자,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친구집 하인에게 빈 독을 지워보내고
자기는 흥겹게 시를 읊으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 일본식 풍류
걸식을 하면서 유랑하는 나그네가 갈 곳을 장만하지 못한 채 산에서 밤을 맞았다
수중에는 돈 한푼 없고 근처에 인가도 없는 산중에서
흐르는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앉았노라니 보름달이 떠 오른다
달은 밝고 경치는 아름다와 저절로 흥이 나건만 수중에는 돈도 없고 한잔 술도 없다
흐르는 맑은 물을 표주박에 떠서 앞에 놓고는
"明月(명월)을 벗으로 삼고 흐르는 물을 술로 대신하여 내 무릎을 장고삼아 이 밤을 즐겨보노라."
하면서 한잔 술(물)을 벌컥 마시고는 술에 취해가는 듯이 무릎을 치면서 노래를 읊는 것이다
어떤 과객이 우연히 지나다가 아름다운 노래소리에 발길을 멈추고서 한참 보고 있으려니
이 풍류객은 술 대신 물을 퍼 마시면서 주흥에 취하여 즐기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과객은 인가가 있는데로 와서는
술 한 병을 사서 어린아이에게 산골짜기에서 홀로 노래하고 있는 풍류객에게 갖다주라고 하면서
이름도 안 밝힌채 가버리는 것이었다.
○ 중국식 풍류
竹林(죽림)의 七賢士(칠현사)의 한 사람인 "유영"은 어찌나 술을 좋아 하는지
가끔 하인에게 술 한 독과 괭이 한자루를 지워서 자기 뒤를 따르게 하고는 마음 내키는데로 발 닿는데로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거기다 술 독을 내리게 하고는 술을 마시면서 즐기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괭이는 왜 가지고 왔느냐고 물으면
"내 일생을 술과 벗삼아 지내 왔거늘 내가 아무데서나 술에 취한 채 죽으면
죽은자리에 묻어 달라고 이렇게 무덤을 팔 괭이를 준비해 다닌다네."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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