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등록일 : 2009-11-07 |
조회 : 1289
|
진나라가 무너진 후 유방과 항우가 중원의 패권을 다투면서
한 차례의 술자리를 마련하였는데 이것이 유명한 "홍문의 연회"이다.
양측이 패권을 다투던 초기에 유방은 항우에 비해 열세에 있었다.
1. 유방의 함양입성(咸陽入城)
진시황이 죽고 난 몇 달 후인 기원전 207년이다.
진나라 말년의 농민봉기군의 한 갈래인 유방군은 진나라의 주력부대를 피해 먼저 진나라의 통치중심인 관중 (지금의 서안을 중심으로 하는 그 주위의 분지를 말함)을 함락하였다.
진시왕이 죽자 진나라 온 천하는 요동칩니다.
진 토벌을 향해서 초나라 항우와 심한 경쟁을 하던 유방은 마침 때맞춰 선진의 공을 이루고 보무당당히 진의 수도 함양에 입성했습니다.
그래서 진나라 왕 자영의 항복을 받고 유방은 진의 왕궁에 들어가 보고 놀랐습니다.
호사롭게 세워진 즐비한 궁실. 화려하게 드리운 장막. 풍부한 말들. 산 처럼 쌓여진 보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녀 후궁들을 접한 패공의 마음은 요상하게 설레입니다.
그대로 왕궁에 머물러 있으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유방의 동향을 눈치챈 강직한 신하 "번회" 는 간합니다.
"아직 천하가 통일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큰 역사의 시작이며 대사업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여기를 나가서 적당한 곳에 진을 처서 사후에 대처해야 합니다."
유방은 듣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든 현명한 장량이 또 거들었다.
"애당초 진나라가 무도한 학정을 폈기 때문에 천하의 원을 사서 당신과 같은... 말하자면 일개 서민이 이렇듯 왕궁에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지금 당신의 임무는 천하를 위해서 남은 잔당을 처부시고 천하의 인심을 편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복을 입고 지금까지 진나라에 고통받은 민중을 조위하는 마음 가짐이 필요합니다.
이제 진나라에 입성했을 뿐인데 보물이나 미녀에 눈이 어두워 금방 폭악한 진왕의 음락을 배운다면 악왕의 대표격인 하나 걸왕의 손발이 돼서 점점 더 폭악을 행함과 같습니다.
대저 충언이라 함은 귀에 거슬리나 몸에 이함이요.
양약은 입엔 쓰나 병에는 효험이 있는 것이니 아무쪼록 번회의 충언을 들어 주십시요."
이 간언을 듣고 과연 유방은 번연히 깨닫고 왕궁을 떠나서 패상이란 곳에 진을 옮겼던 것입니다.
사실 유방은 여러 봉기군의 약속대로
"먼저 관중에 들어가서 그곳을 평정하는 자는 관중의 왕" 으로 된 것이었다.
허나 유방은 부하 장량의 건의대로 "관중왕"으로 스스로 칭하지 않고 진나라의 수도인 함양의 궁궐을 폐쇄하고 보물을 궁중창고에 넣고 봉한 다음 성 밖에 군대를 주둔시켰다.
그리고 유명한 약법삼장을 선포하여 진나라의 백성들을 크게 안심시켰다.
유방은 항우보다 먼저 관중에 있는 함곡관에 들어가 진의 수도인 함양을 함락시켰지만 번쾌와 군사 장량의 간언을 듣고 함양 근처의 파상으로 물러나 있었다.
2. 홍문지회(鴻門之會)
유방이 함양에 들어온 1개월 후 항우는 대군을 이끌고 관중을 목표로 승승장구 진군하였다.
드디어 항우가 관중으로 들어오는 대문인 함곡관에 도달했을 때는 벌써 유방의 군대가 그곳의 수비를 굳건히 하고 있었다.
이에 분노한 항우는 함곡관을 격파하고 단숨에 함양에서 멀지 않은 홍문에 주둔하였다.
그리하여 항우는 지금의 섬서성 임동현 부근에 있는 홍문이라는 곳에서 유방을 초청하여 주연을 열었다.
이 때 항우가 홍문에서 연회를 열고 유방을 초청하자
유방은 번쾌와 장량 등과 함께 100여명의 기병을 이끌고 홍문으로 왔다.
그런데 유방은 항우에게 나아가 사죄하였다.
이때 유방은 자신을 항우의 신하라 일컬었다.
굴욕적인 항복과 같은 것이었다.
유방은 항우에게 사죄했다.
"신이 먼저 관중에 들어가 진나라의 항복을 받았으나 이것은 모두 장군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신은 모든 것을 완전한 형태로 장군께 드리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군대를 함양성 밖으로 돌리고 장군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장군께서는 소인배의 말을 들으시고 신을 의심하신다 하오니 신은 천하 백성들이 장군을 의심할까 두렵습니다."
유방의 말에 항우는 완전히 속아 넘어갔다.
당시 항우가 이 연회를 베푼 것은 모사 범증의 계략에 따라 유방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유방 쪽에서도 이를 알고 있었으므로 연회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로부터 "홍문의 연회"는 생사를 가르는 살기등등한 정치적 담판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항우의 군사인 범증은 원래 호색무뢰한인 유방이 함양의 보물과 미녀에게 손도 대지 않았다는 말을 듣자
그의 야심을 간파하고 항우에게 그를 죽이라고 건의했던 것이다.
그러나 항우는 유방을 머물게 하고 잔치를 벌였다.
이에 급한 모사 범증은 술자리에서 유방을 죽이도록 자주 항우에게 눈짓을 보냈으나 항우는 끝내 듣지 않았다.
장량에게 목숨을 구원받은 적이 있는 숙부 항량이 반대하자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범증은 항우의 친척동생인 항장에게 연회석에서 검무를 추는 척하며 유방을 찌르라고 했다.
그러자 항량이 함께 검무를 추면서 이를 방해했다.
장량은 이를 보고 번쾌를 칼과 방패를 든 채 연회석으로 들게 했다.
번쾌의 모습을 본 항우가 그에게 술과 고기를 내리자 번쾌는 방패 위에 고기를 놓고 칼로 잘라서 먹었다.
그리고 유방의 공적을 말하고 공 있는 자를 죽이는 것은 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외쳤다.
연회 도중 유방은 볼 일을 보러 가는 척 하면서 번쾌와 함께 바로 파상으로 탈출했다.
유방이 달아난 것을 안 범증은 탄식하며 항우를 질책했다.
"유방을 지금 죽이지 못한 일은 통탄할 일이로다.
소인배와는 일을 함께 도모하지 못하겠구나.
장차 항왕의 천하를 빼앗는 자가 있다면 그는 반드시 유방일 것이다.
우리들은 모두 유방의 포로가 되고 말 것이다."
3. 금의환향(錦衣還鄕)
홍문연을 계기로 유방을 몰아내고 진의 도읍 함양에 입성한 항우는 아방궁을 불태우는가 하면 유방이 봉인해 둔 궁중의 금은 보화를 마구 약탈하고
궁녀를 닥치는대로 겁탈했으며 진시황의 능을 파헤쳤다.
민심이 등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스스로 초토화시킨 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고향인 팽성에 도읍을 정하려 했다.
패왕의 땅인 관중을 버리고 보잘 것 없는 팽성으로 옮기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는 함양의 전략적 이점을 잘못 읽고 있었던 것이다.
간의 대부 한생이 간언했지만 항우는 듣지 않고 오히려 역정을 내면서 말했다.
"지금 길거리에 떠도는 노래를 들어 보니 이런 내용이었다.
'부귀하여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면 비단 옷을 입고 밤길을 가는 것과 무엇이 다르리!'
이건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이지. 어서 길일을 택해 천도하도록 하라."
그리고는 한생을 끓는 기름 가마 속에 넣어 죽이고 말았다.
사실 그 노래는 장량이 항우를 칠 생각으로 퍼뜨린 것이었다.
항우가 천하의 요새인 함양에 들어앉아 있는 한 유방의 패업은 수포로 돌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그를 함양에서 내쫓아야 했던 것이다.
팽성으로 천도한 항우는 결국 난중을 차지한 유방에게 해하에서 대패함으로써 천하를 넘겨주고 만다.
금의환양으로 자신의 공덕을 고향 사람들에게 알리기는 했지만 천하를 잃고 만 셈이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