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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08-04-02 |
조회 : 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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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의 법을 이은 인도의 승려 한사람이
중국에 왔다는 소리를 듣고 위나라 황제가 그를 초청했다.
위황제는 석가의 직계 제자를 직접 대면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손수 나루터까지 그를 마중나와 있었는데 막상 그를 대면하자 적이 실망이 앞섰다.
위황제는 석가의 직계 제자라는 그 인도 승려가 인물이 출중하고
만면에 덕이 충만한 그런 인물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자신 앞에 나타난 그의 몰골은 완전히 딴판이었던 것이다.
그는 칠척 장신에다가 체구가 집채만 했으며
얼굴은 온통 수염으로 뒤덮여 간신히 눈만 드러내 놓고 있었다.
게다가 몸에는 금방이라도 바람에 날려갈 듯한 남루한 누더기가 걸쳐져 있었으며
괴이하게도 한쪽 신을 벗어 머리위에 올려놓고 주먹만한 커다란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 보았다.
위황제가 그를 보며 실망의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때 그가 대뜸 이렇게 말했다.
"눈치를 살피지 마십시오.
묻고 싶은 것이 있거든 아무 거리낌없이 물어 보십시오.
나는 이미 당신의 머릿속에 있습니다."
이 말에 위황제는 순간적으로 위압감을 느꼈다.
마치 금방이라도 그가 자신의 머리를 후려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솟구쳤던 것이다.
"당신은 왜 발에 신고 다녀야 할 신발을 머리에 이고 다닙니까?"
위황제는 속에 일고 있던 의문을 기계적으로 뱉어냈다.
"사물을 제대로 파악하라는 뜻입니다."
"사물을 제대로 파악케 하기 위해 신발을 머리위에 올려 놓는다?"
위황제는 스스로 그렇게 되물었지만 그의 기이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농락하고 있는 것 같아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그런 내면을 애써 감추며 말을 가다듬었다.
"사물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당신처럼 그렇게 신발을 머리에 이고 다녀야 한다는 말입니까?"
위황제가 이렇게 묻자 그 인도 승려는 커다란 눈을 껌벅이며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 아주 부드러운 음성으로 속삭이듯이 설파하기 시작했다.
"나는 불합리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내가 이처럼 머리에 신발을 이고 있는 것은
내가 비논리적인 인간임을 황제께 가르쳐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는 곧 황제의 경직된 마음을 깨뜨리기 위한 것이지요.
자신의 마음을 깨뜨리지 않고는 아무도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나를 보자마자 그것을 깨달아야 했습니다.
그런 다음에 비로소 나를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내쫓을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인도 승려는 그렇게 잘라 말하고는 돌아서 가버렸다.
그는 상대방에게 전혀 여유를 주지 않았다.
때문에 위황제는 당황하여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그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때 비로소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큰 소리로 그를 향해 외쳤다.
"당신은 어디로 가는 겁니까!"
그러나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무심한 메아리만 계속해서 자신을 향해 질문을 반복하고 있었다.
"당신은 어디로 가는 겁니까?"
황제를 말 한마디로 눌러 놓고 초연히 광야로 사라진 그 사람.
그가 바로 석가의 법맥을 이은 28대 존자 보리 달마이다.
그는 위황제를 만나는 순간 이미 행동으로 할말을 다했지만
위황제는 그의 화두를 알아듣지 못했다.
발에 신고 다니는 신발을 머리에 이고 있는 달마의 모습을 보고
위황제는 곧장 그 의미를 알아 차렸어야 했다.
달마는 바로 그런 제자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을 부숴버리지 않으면 자신을 보지 못한다."
달마의 첫번째 가르침이었다.
그 가르침을 위해 보인 엉뚱한 행동 그것은 곧 달마의 그물이다.
그 그물엔 아무 고기나 잡히는 것이 아니다.
"그물의 뜻을 알고 스스로 찾아든 고기"
이것이 달마가 잡을 고기의 이름이다.
이 고기를 잡기 위해 달마는 숭산의 토굴속에 자신을 앉혀놓고 다시 그물을 치고 있었다.
무려 9년 동안이나 말이다. ◁ 달마에서 경허까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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